분류 전체보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0219 내 마음 다 버리고 싶어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와서, 왜 슬픈 것은 나이냐고 묻고 싶었다. 아무렇지 않게 보낸 카톡에 아무렇지 않게 답이 오는 게 슬펐다. 아무렇지 않아서, 정말 아무렇지 않아서 그런 답을 보내는 걸까. 상대의 마음은 알 수 없었지만, 차마 물을 자신이 없었다.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닌데, 아무렇지 않은 척 보내는 마음이라면 슬플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아까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불나불 말하고 왔으면서, 혼자 돌아와서는 슬픈 노래를 틀어 놓고 슬퍼하는 꼴이라니. 그게 무슨 청승이냐고, 청승을 떨 입장도 아니면서 왜 청승을 떨고 있냐고 생각했지만 청승을 떨고 싶은 날에는 떨어야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다음날에는, 정말 출근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다 너무 작.. 더보기 0128 인생을 걸고 싶어지는 눈빛 작년의 터닝포인트가 된 영화를 굳이 고르자면, ‘스타 이즈 본’을 꼽고 싶다. 영화관보다는 집에서 영화 보는 것을 선호하던 나에게, 영화관 가서 영화 보는 것이 얼마나 짜릿한지 깨닫게 해 준 영화였기 때문이다. 개봉 전부터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막상 보기로 한 날에는 그다지 영화가 보고 싶지 않은 기분이라 보지 않으려고 했었다. 영화는 할 일을 모두 마치고 여유로운 기분으로 봐야 한다는 주의인데, 그날은 해야 할 일이 여전히 쌓여 있었고 이미 너무 지친 상태였기 때문에 그다지 영화가 끌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당시의 남자친구가 “영화 진짜 안 볼 거야?”를 몇 번 물어봤고, “그럼 영화 보는 것 말고 뭐할까?”를 물었을 때 딱히 하고 싶은 것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보러 갔다. 그.. 더보기 0106 평화는 멀리 있지 않다 어젯밤부터 너무나 글을 쓰고 싶었고, 머릿속에서 수많은 문장들을 굴렸다. 그렇지만 일어나 앉아 노트북을 켜는 일이나, 펜을 꺼내 노트를 펼치는 일이 너무나 귀찮아서 이런저런 영상들을 돌려 보다가 잠들었다. 오늘도 아랫배가 살살 아팠고, 마찬가지로 글은 쓰고 싶었지만 조금도 꼼짝하지 않고 누워 있고 싶었다. 그렇지만 요즘의 평안을 기록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책상 앞에 앉아 사랑하는 문장을 옮기고, 노트북을 켜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누군가와 방을 나눠 쓰는 생활을 해 왔다. 6년 동안 기숙사에서 살면서, 정말 많은 룸메이트를 만났다. 6인실을 쓰다가, 4인실을 쓰다가, 3인실을 쓰다가, 2인실에서 살았다. 고등학교 때에는 그렇게 한시도 사람과 떨어지지 않은 채, 시끌벅적하게 사는 삶이 좋았다. .. 더보기 1004 알 수 없는 마음 요즘은 가을방학 1집과 브로콜리너마저의 첫 번째 EP 앨범만을 듣는 날들이다. 그들은 더 이상 1집 같은 청춘을 노래하지 않지만, 나는 여전히 그 시기를 살고 있어서 그 음악들을 여전히 사랑하나 보다. 오늘은 친구와 전화를 하다가 충동적으로 관계를 정리했다.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정리. 오랫동안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던 관계에,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오랜만의 일이라, 이게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알 수 없는 마음을 들고 글을 써야겠다 생각했다. 문득 알 수 없는 마음을 생각하고 나니, 오래 전의 생각이 났다. 그날도 알 수 없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나에게 내미는 그 사람의 손을 잡고 싶었다. 내가 먼저 품은 마음이었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그 사람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길 내내.. 더보기 0913 다정은 무슨 별 일이 아닌데 실제로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어김없이 생리를 한다. 그렇게 우울할 일이 아닌데, 우울하고 기분이 바닥을 치면 '아, 이건 다 호르몬 탓이겠구나' 생각하면 된다. 이미 기간 중이라, 지금 이만큼 우울한 것은 다 자연의 섭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울고 싶었고 우울했다. 바닥을 치는 기분 속에서 누가 구제해 줬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다. 전화를 걸어서 우울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누가 나를 다독여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아서 괜찮다고 말해주기를 바랐다. 괜찮다고. 오늘만 지나면 괜찮을 거라고. 이미 나도 잘 알고 있었다. 오늘만 지나면 괜찮을 것을 아는데, 오늘이 괜찮지 않았다. 정말 죽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자꾸만 입에 죽고 싶다는 말이 걸렸다. 그래서 누.. 더보기 0621 혼자의 일상 드디어 종강이 하루 남았다. 가장 먼저 시험을 시작해서, 가장 시험이 늦게 끝나는 최악의 시간표였기에 시험 기간이 끝나지 않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이제 눈앞에 끝이 보인다. 마지막 남은 한 과목은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은 듯했고, 지난 주를 거의 밤을 새며 보냈기에 이미 방전된 상태였다. 그래서 어제오늘은 아무 생각 없이 보내다가, 막상 전날이 되니 또 나름 할 게 많아서 밤을 새야겠다 하고 24시 카페에 왔다. 지난 학기들 중에서 가장 많이 밤을 샜던 이번 학기도 이제는 끝이다. 김밥이 내 소울푸드인 것처럼 매일 김밥을 달고 살고, 커피에 그다지 감흥 없는 사람이 매일 같이 아메리카노를 마셨던. 사실 바쁜 것 같긴 했는데,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다 너무 바쁘게 살아서 그에 비하면 내가 바쁘게 산 건가.. 더보기 0810 사람을 사랑하는 일 쉽게 질투에 사로잡힌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기분은 이런 거구나. 나는 아무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고, 아무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하루를 보냈다. 주구장창 누군가를 기다리다가, 그 기다림에 익숙해졌다. 겨우 며칠 만에. 그래도 재미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수다를 떨어야 좀 나은 것 같았다. 집에 있으면 덥고 아무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고,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아졌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금방 몇 주만 지나면 다시 이런저런 일들을 데드라인에 맞추어 끊임없이 해야 하는 삶으로 진입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정말 이번 학기까지만 다니고 휴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쉼으로 가득한 삶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삶에 대한 욕심이 사라지.. 더보기 0829 모임별 2를 들었다 모임별 2를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노래. 시기별로 변하지만 끝없이 우울하고 몽환적이지만 듣다 보면 심신이 안정되는 노래. 반복재생을 최근 들어 가장 많이 한 노래. 결국 이 노래를 알게 된 것도 샤리 덕분이니 결국은 다시 샤리를 사랑한다는 결론으로 돌아온다. 쿨하지 못하고 라이트하지 못하고 아무 것도 못한다. 사람과의 인연을 생각할 때에도 그랬지만. 문제를 발견하면 그 문제를 인정하고 인식하고 변화의 계기로 삼는 것을 잘하지 못한다.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고, 떠올리고 싶지 않은 문제는 회피한다. 나를 괴롭게 하는 사람들을 알게 모르게 피해 다니고, 그런 집단에 가지 않듯이. 보호막을 치는 사람이 아닌 것처럼 굴면서, 보호막을 열심히 친다.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무엇이 나의 문제인지도 알고.. 더보기 건강한 맛을 찾아서 행복을 자각하는 순간들을 중간중간 끼워 넣는 재미로 살고 있는 시험 기간. 보통에야 사람을 만나는 순간들에서 행복을 찾지만, 사람들과 딱히 말할 시간이 길지 않은 시험 기간엔 혼자서 재미있는 무엇인가를 할 궁리를 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찾는다. 예를 들면, 지금처럼 도서관 밖 휴식 공간에 앉아서 글을 쓴다든지. 사실 이 가운데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려면 거쳐야 하는 장소라서, 아는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생각했지만 만나면 또 뭐 어떤가 생각했다. 이번 시험 기간의 구세주는 명백하게 강이채다. 강이채의 앨범이 없었다면 이번 시험 기간은 너무나 우울했을 거야. 사실 너무 힘들어서 무슨 글을 써야 할지 잘 감이 안 온다. 한국어가 분명함에도 이게 한국어가 맞나, 싶은 글들을 읽고 있다. 그래도 이번 학기에.. 더보기 아이스크림과 연희동 이사를 했다. 다시 기숙사에 돌아왔고, 기숙사에 오래 산 덕분인지 기숙사에 적응하는 데에는 며칠 걸리지 않았다. 며칠도 아니고, 단 하루 만에 적응해 버린 것 같다. 룸메도 좋았고, 기숙사 시설도 좋았고, 기숙사에서 학교 걸어가는 길도 좋았고,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도 좋았다. 모든 게 완벽했다. 너무 완벽해서 공부 대신 다른 것들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 문제였지만. 그래도 조금은 행복을 즐겨도 괜찮잖아, 그렇게 생각했다. 오늘은 오랜만에 저녁이 빈 날이었다. 저녁이 빈 데에는 '시험 기간이니까 공부해라'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을 알았지만, 오랜만에 빈 저녁인데 공부 대신 조금은 딴짓을 채워넣어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날씨도 좋은데 오랜만에 연희동을 산책해야지 싶어서 연희동을 걸었.. 더보기 이전 1 2 3 4 5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