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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개강하고 한 달의 기록들 03. 05 오전 09:51 학교를 간다. 초등학생 때부터 합치면 벌써 10년 넘게 학교를 다녔지만 올해를 빼고는 모두 10분 이내에 갈 수 있는 학교를 다녔었다. 특히나 지난 5년은 기숙사에서 살아서, 학교 안에 살았다. 누구도 나의 아침에 관심 없던 지난 날. 늦게 일어나도, 아침을 먹지 않아도, 옷을 춥게 입어도, 지갑을 두고 가도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던 날들이었다. 모든 것은 내 탓이었다. 내가 결정하고 내가 따르는, 오롯이 나에 의해 나로서 살던 날들. 그래서 오늘은 조금 달랐다. 서두를 게 없는 아침인 것도 오랜만이었지만, 그거야 개강이니 혼자여도 그랬을 테고. 참으로 오랜만에 말이 있는 아침이었다. 준비하기 바쁘고 지각하면 어쩌나 짜증나고 더 자고 싶은데 못 자서 짜증나고 짜증까지는 아니.. 더보기
사랑의 시절 문득 작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유가 작사한 정승환의 음악을 들으면서, 가사만 보아도 아이유의 색이 묻어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조금은 부러워서였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너무 부럽다, 라는 생각을 해 본 적 없이 살아 왔는데 가질 수 있을 것만 같은 것에 대해서는 자꾸만 부러운 마음이 들더라. 요즘은 몇몇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일이 자꾸만 생겼고, 다른 누군가를 부러워하다 보면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은 마음이 자꾸만 들어서 작아지는 기분이 들곤 했다. 이렇게 살아서 내가 꿈꾸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게 맞는 걸까,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정도의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걸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작아지는 기분이 그리 오래 가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살면서 내 자신에게 스스로 만족하는 .. 더보기
FLY TO THE SKY 요즘은 다른 이에게 묻고 싶은 질문들에 대해 생각한다. 짧은 그의 소개를 읽고, 이 사람에게 어떤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한다. 끌어내기보다는, 이 사람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하고 싶은 것 같다. 독심술사도 아니고, 단 한 번도 만나 보지 않은 사람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가려운 곳이 어디인지 알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작은 조각의 자기 소개를 들고서, 그래도 이 사람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 재미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한다. 막막하다가도 생각하다 보면, 그래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난다. 재미있다. 기본 질문들로 설정해 둔 것은, 사실 나에게 묻고 싶은 질문들이 아닌가 싶다. 자기 소개, 요즘 어떻게 살아, 요즘 가장 큰 고민이 뭐.. 더보기
20171213 한결같음 있지, 한결같음은 가끔 나를 슬프게 해. 한결같은 사람이 좋다고 늘 말해 왔지만, 한결같음을 유지하는 게 어려워 그런 사람을 찾을 수 없는 게 문제라고 생각해 왔지만, 오늘은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많은 게 변화했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한결같은 측면을 발견하는 것은 슬픈 일이 될 수도 있구나. 모든 게 바뀌어도 한결같은 면이 남아 있다는 건 안도와 반가움을 안겨줄 수도 있지만, 그런 감정을 안겨 주는 때가 아마도 더 많겠지만, 때로는 슬플 수도 있구나. 아직까지는 그리 많이 변하지 않은 모습의 사진과 너무나 한결같은 한 줄의 글은 보자마자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라기보다는, 순간적으로 든 감정에 가깝겠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그냥 그렇게 한결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더보기
한참 전의 연인, 그리고 보내지 못한 편지 2 3. 20170209 그냥 카톡방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봤어. 보다가, 그냥 그 때 우리가 했던 이야기를 잠깐 생각했어. 그런 것도 했었냐며 놀라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나는 이미 알고 있는데, 하고 혼자서 피식했나. 그냥 그래서 그 날 했던 대화가 생각났어. 딱 그 정도만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오늘 꿈에 나오더라. 그냥 되게 신기해. 꿈도 잘 안 꾸고, 꿨다 해도 잘 까먹는데, 그냥 오빠가 나왔던 꿈은 다 기억나. 그리고 더 신기한 건, 모든 게 뒤죽박죽 추상적인 꿈을 꾸는 내가, 오빠와 관련된 꿈은 늘 그 때의 내 심리 상태를 반영한다는 거야. 처음에 나왔던 건, 아마 내가 오빠랑 헤어진 다음에 처음 설레는 감정을 느꼈을 무렵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 나를 좋아해준다는 느낌이 마냥 행복했던, 그.. 더보기
한참 전의 연인, 그리고 보내지 못한 편지 1. 20160606 오빠. 꿈에서도 오빠랑 헤어진 꿈을 꾸고 일어나서, 정신 없는 와중에 일어나자마자 오빠 생각이 났어. 생각해 보면 우리가 만나면 얼마나 만났다고. 처음 만난 것부터 합쳐도 보면 얼마나 봤다고. 그리고 아직 내가 오빠를 미워하는 건 아니니까. 사실은 미워하는 것보다 아직은 좋아하는 감정에 가까우니까, 오빠 말대로 우리가 이렇게 헤어질 수 있어서 좋은 오빠 동생으로 지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사실 처음에 오빠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그 때도 그런 생각을 했었지. 오빠랑 내가 이어질 수 있는 확률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으니까, 내 연애 상담을 털어놓을 수 있는 정도의 그런 좋고 편한 오빠 동생 사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그리고 지금의 우리는, 그런 사.. 더보기
하루의 끝 하루의 끝에 듣는 하루의 끝. 요즘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봤다. 사실 잠들었다 일어나 보기 시작한 것이라, 과정은 보지 못하고 딱 마지막 순간만 보게 되었지만. 엄마의 죽음을 다룬 이야기라는 것을 파악하자마자,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보지 말고 그냥 잠을 더 잘까 하다가, 잠이 오지 않아서 잠깐 마지막을 보았다. 죽음이 뭔지도 모르는 아이, 혼자서 웃으며 천진난만하게 작별 인사를 건네는 아이를 보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그런 아이를 남기고 떠나야 하는 기분이 어떨지 도저히 짐작할 수가 없어서. 남는 사람보다는 떠나는 쪽이 낫지, 몇 시간 전에 그런 생각을 했지만 또 그런 것만은 아니구나 생각했다. 떠나는 쪽에게도 .. 더보기
2017년 하반기 일기 1. 170721 아주아주 울고 싶은 날. 아무 말도 하기 싫고 집에 있고 싶지도 않고 영화관 가서 영화나 주구장창 보고 싶다. 기왕이면 슬픈 영화 보면서 엉엉 울고 싶다. 사실 그런데 이런 날일수록 마음이 죽어 버려서, 그 어떤 눈물도 안 날지도 모른다. 요즘 들어 실감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내 인생 마냥 우울하라는 법이 없다는 것. 또한 내 인생 마냥 행복하라는 법도 없다는 것. 우울할라치니 예상하지 못한 행복이 찾아와서 행복했으며, 행복해 죽겠다 생각한 다음날은 정말로 간만에 감정의 바닥을 치는 일이 생겼다. 그런 와중에 요즘 많이 들었던 말이 고맙다는 말이었다. 정말 별 것 아닌 일들에 사람들이 고맙다는 말을 쓰는구나, 의무적인 고마움이 아니라 진심이 느껴지는 고마움이라. 그 고맙다는 말들이 .. 더보기
2017년 상반기 일기 자기 전, 지하철 타고 다닐 때 등 틈틈이 에버노트에 썼다. 끝마무리가 없는 의식의 흐름 기법의 일기들이지만, 그 순간의 기억이 남아 있어 아끼는 글들. 1. 20170415 - 신해경 나의 가역 반응 신해경 노래를 듣는다. 신해경 하도 좋다는 사람이 많길래 들었을 때는 별로라 생각했는데, 어제 도저히 듣고 싶은 노래가 없길래 들었다. 그런데 너무 좋더라. 빨리 밤이 와서 불 꺼 놓고 어두운 분위기에서 혼자 남아서 신해경 노래를 듣고 싶다. 사람과 있어야 에너지가 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혼자 있어야 에너지가 충전되는 사람이 있다는데. 후자인가 보다. 개인적으로 5:2의 비율은 지켜줘야 하는 것 같다. 그 비율이 어떤 쪽으로든 치우쳐 깨지면, 어느 면에서든 힘이 든다. 너무나 쉴 시간이 없다 느끼거나, .. 더보기
요즘 하는 생각들 첫 방송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고민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내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내 세계를 드러내고 싶은 욕망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말하고 싶은 욕망. 듣고 싶은 수업을 들으면서 했던 생각은, 끊임없이 인풋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어떤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릴 필요는 없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적어도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하기 위해서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었다. 사람이 게을러지려면 한없이 게을러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는 때이기도 했고. 늘 뭔가를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상태에 대해 일종의 죄책감을 느꼈고, 그러한 상태를 불편해 하는 편이었다. 이제는 그런 상태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것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