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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0829 모임별 2를 들었다

 모임별 2를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노래. 시기별로 변하지만 끝없이 우울하고 몽환적이지만 듣다 보면 심신이 안정되는 노래. 반복재생을 최근 들어 가장 많이 한 노래. 결국 이 노래를 알게 된 것도 샤리 덕분이니 결국은 다시 샤리를 사랑한다는 결론으로 돌아온다.

 쿨하지 못하고 라이트하지 못하고 아무 것도 못한다. 사람과의 인연을 생각할 때에도 그랬지만. 문제를 발견하면 그 문제를 인정하고 인식하고 변화의 계기로 삼는 것을 잘하지 못한다.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고, 떠올리고 싶지 않은 문제는 회피한다. 나를 괴롭게 하는 사람들을 알게 모르게 피해 다니고, 그런 집단에 가지 않듯이. 보호막을 치는 사람이 아닌 것처럼 굴면서, 보호막을 열심히 친다.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무엇이 나의 문제인지도 알고 있고, 그 문제를 바꾸면 더 나아질 것임을 알지만 바꾸고 싶은 마음도 없다.

 특출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특출나게 살고 싶지도 않았다. 대단한 욕심을 가져 본 것은 인생에 단 한 번도 없는데, 대단한 욕심 없이 산 것 치고는 나쁘지 않게 살았구나 싶었다. 그러면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앞으로도 대단하게 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비싼 음식에 큰 취미 없고, 비싼 옷도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없다 해서 인생이 크리티컬하게 우울할 것 같지는 않았다. 가끔씩 보고 싶은 공연을 보러 가고 싶었고, 지금 하듯이 음악 스트리밍 앱을 쓸 돈을 벌고 넷플릭스를 구독할 돈을 벌고 정말 좋아하는 영화가 개봉하면 보러 갈 돈이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의 여유를 지니고 살고 싶었다. 넓은 집도 그렇게 원하지 않았고, 그냥 누울 수 있는 곳만 있으면 살 수 있다 생각했다.

 영혼이 바닥나는 한 해였다. 더 이상 영혼이 바닥나기 전에 떠나고 싶었다. 감정이 충만하다는 생각을 했던 그 시점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마음을 주면 줄수록 마음이 채워진다는 기분이 들던 이상한 시기로. 순수하게 행복할 수 있던 시기로. 지금의 나는 순수하게 행복하지 않았고, 순수하고 해맑은 척 굴었지만 그렇게 해맑지도 순수하지도 않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마다 우울한 노래를 들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니면 너무 긴 시간을 서서 돌아와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집에 오는 정류장에 내리자마자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었다. 그 자리들이 편하다고 생각했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준다고 생각했고, 즐겁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또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애써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노력하는 것일지도 모르고, 그 노력을 알아줘서 그게 기분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그런 역할을 맡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따뜻함이 필요했다. 물리적으로 나를 안아주고 위로해 주는 것은 아니더라도, 마음으로 안아주고 위로해 줄 사람들이 필요했다. 아직 부족하고 여려서, 너무나 많은 순간들에 위로가 필요했고 안아줄 마음들과 사람들이 필요했다. 요즘 들어 내가 얼마나 사람에게 기대고 있는지 생각했다. 별스럽지 않은 순간들에도 견디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람들에게 기댔다. 기대지 않고 살아온 시간들이 너무 길어서, 자꾸 기댈 일이 생기는 요즘이 미안했다. 그래도 그 사람들이 곁에 있어 줘서 내 자신이 더 견고해지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도 요즘은 너무 많이 기대서, 혼자도 잘 이겨낼 수 있어, 스스로에게 말해 주기로 했다. 이겨낼 수 있지만 그래도 그 잠깐의 위안을 얻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그래도 바닥난 영혼을 위로해 줄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정하고 배워야겠다고 말하는 것 말고, 무조건적으로 징징대고 가서 안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나 지금 당장 너무 우울한데, 그냥 다른 말 말고 내 편 좀 들어주면 안 되냐고. 내 편을 과하게 들어줄 것도 없고, 그냥 다 괜찮다고 말해 주면 좋겠다고. 괜찮고, 잘하고 있다고. 그래도 괜찮다고. 그냥 옆에서 나를 안아주면 그 따뜻함에 엉엉 울고 싶을 것 같았다. 그 정도 따뜻함이면 되었다.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나에게 건네 주는 온기.

 그렇지만 지금의 나에겐 그런 온기를 건네 줄 사람이 없었다. 이런 순간에만 그 사람이 떠오르면 내가 너무 나쁜 사람이겠지. 진작에 그런 온기를 건네 줄 사람을 붙잡는 게 맞았지. 알면서도 붙잡지 않은 것에 대해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지는 않다. 나는 그 정도의 온기를 건네 줄 자신이 없고, 온기가 필요한 순간은 드물 게 뻔하니까.

 도대체 쿨하고 라이트한 구석이 없으면서 왜 쿨하고 라이트한 척 사는지 모르겠다. 분명 사람을 사랑하면서.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 없이는 못 살 거면서. 그러면서 왜 그렇게 쿨하고 라이트한 척 사는 것인가. 요즘은 고마운 사람들의 천지 속에서 살고 있었다. 내가 해 주는 것보다 나를 더 챙겨주는 고마운 사람들. 어쩌면 내가 그 사람들을 가깝다고 인식하고 있는 만큼 그들 역시 내가 무엇인가를 주는 존재라고 생각할지 몰랐다. 어쩌면 내가 내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일지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자,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과 오랜만에 연락을 하면서 고마웠고, 따뜻했다. 내가 모르는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 내가 잊고 있던 나를 일깨워 주는 사람들. 그 순간들마다 너무 고마웠다. 차마 다 말로 할 수 없었지만. 너무 따뜻해서. 따뜻해서 고마웠고, 순간의 행복이었다. 따뜻함이 그리웠다. 많이 그리웠다. 붙잡고 엉엉 울고 싶었다 무작정. 그 사람들은 단 한 번도 그런 내 모습을 본 적은 없어서 당황은 하겠지만, 그래도 곁에서 나를 위로해 줄 텐데. 나의 우울을 비웃을 사람들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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