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 한결같음은 가끔 나를 슬프게 해.
한결같은 사람이 좋다고 늘 말해 왔지만, 한결같음을 유지하는 게 어려워 그런 사람을 찾을 수 없는 게 문제라고 생각해 왔지만, 오늘은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많은 게 변화했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한결같은 측면을 발견하는 것은 슬픈 일이 될 수도 있구나. 모든 게 바뀌어도 한결같은 면이 남아 있다는 건 안도와 반가움을 안겨줄 수도 있지만, 그런 감정을 안겨 주는 때가 아마도 더 많겠지만, 때로는 슬플 수도 있구나. 아직까지는 그리 많이 변하지 않은 모습의 사진과 너무나 한결같은 한 줄의 글은 보자마자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라기보다는, 순간적으로 든 감정에 가깝겠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그냥 그렇게 한결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한결같음이 슬플 수 있는 상황을 상상했다. 아무 것도 모르고 마냥 순수하고 해맑던 시절을 함께했던, 그 시절의 웃음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던 사람을 오랜만에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웃는 모습은 여전히 너무나 예쁘고 매력적이지만 그 시절에만 존재했던 순수와 해맑음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을 때. 한결같음이 슬픈 건, 상황의 변화나 관계의 변화가 동반되기 때문이겠지. 상황이 부정적으로 변했거나, 관계가 부정적으로 변했거나. 그리고 과거에 그 한결같음을 좋아했어야 하겠지. 물론 그때는 죽도록 싫었던 한결같음이 이제 와 보니 슬플 수도 있겠구나 싶었지만. (학창 시절 싫어했던 선생님이 여전히 한결같은 언어를 쓰시지만, 나이가 드셨기에 예전의 강렬함 같은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을 때. 그저 한 명의 약한 사람이 눈에 보일 때.) 가능이야 하지만 아마 좋아했던 한결같음을 다른 상황, 관계에서 목격했을 때가 더 큰 감정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었다. 생각해 보니 그건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라, 강렬함의 차이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너무나 많은 요즘이다. 사랑하는 많은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그렇지만 앞으로 변화할 게 분명한 상황들을 알고 있고, 그 상황들 속에서 지금의 많은 것들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알 수 없지만, 한결같을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조금은 두렵다. 얻고 싶은 게 많고, 하고 싶은 것을 늘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잃기 싫은 것도 너무나 많고, 그러나 잃는다 해도 그 순간들이 존재했음에 아마 감사할 거야. 오늘 그 한결같음을 보고 가장 먼저 든 감정은 슬픔에 가까웠지만, 지금 드는 감정은 왜인지 모를 몽실몽실한 감정이듯이.
나의 한결같음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다른 이들이 사랑하는 나의 한결같음. 오랜만에 만나도 변하지 않는, 나를 만났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그 한결같음의 포인트는 무엇일까. 예전에도 했던 생각이지만, 어떤 느낌으로 남아 있든 그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상관없이 누군가의 기억의 조각에 남아 있을 수 있는 건 기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같은 새삼스러운 고마움은 느끼지 않지만. 좋은 기억이기만을 더 이상 바라지도 않지만. 좋은 기억만이 마냥 좋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겠지. 마냥 좋아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잘 알지 못하고, 감정이 얕은 관계에서나 성립할 수 있는 것이니까. 오래 보고, 많이 좋아하면 복합적인 감정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니까. 뭐 그런 것과 상관없이, 나쁜 기억이라도 남아 있는 편이 낫지 않나 싶기도 했다. 혐오와 증오 수준의 나쁜 기억은 싫지만. 그때는 싫었지만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나서 다시 보았을 때는 나름 귀엽게 보아줄 수 있는 그런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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