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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20171213 한결같음 있지, 한결같음은 가끔 나를 슬프게 해. 한결같은 사람이 좋다고 늘 말해 왔지만, 한결같음을 유지하는 게 어려워 그런 사람을 찾을 수 없는 게 문제라고 생각해 왔지만, 오늘은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많은 게 변화했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한결같은 측면을 발견하는 것은 슬픈 일이 될 수도 있구나. 모든 게 바뀌어도 한결같은 면이 남아 있다는 건 안도와 반가움을 안겨줄 수도 있지만, 그런 감정을 안겨 주는 때가 아마도 더 많겠지만, 때로는 슬플 수도 있구나. 아직까지는 그리 많이 변하지 않은 모습의 사진과 너무나 한결같은 한 줄의 글은 보자마자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라기보다는, 순간적으로 든 감정에 가깝겠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그냥 그렇게 한결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더보기
울다 웃기 가끔은 너무 지쳐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 있는데, 늘 언젠간 내가 좋아하는 것들 것 잃어버릴까 전전긍긍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는데, 늘 나에겐 뭔가를 더 하라는 강박뿐이지. 잘해 왔다는 칭찬 대신 잘할 거라는 기대뿐이지. 난 내가 뭘 잘하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그걸 찾고 스스로에게 확신을 주는 것만으로도 지치는데 뭐든지 잘할 거라는 기대는 위로가 아니라 부담에 가까울 뿐이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나를 사랑해 줘. 어떠한 수식어도 달고 있지 않은 나를 사랑해 줘. 혼자 어린애가 되어 울고 있는 나도 사랑해 줘.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싶지 않아 하고 그냥 눈 앞의 자기 감정만 보이는 나도 사랑해 줘. 이런 날에는 위로가 필요했다. 너 그대로가 좋다는 말 한 마디가 필요했고, 그냥 아무런 말 .. 더보기
한참 전의 연인, 그리고 보내지 못한 편지 2 3. 20170209 그냥 카톡방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봤어. 보다가, 그냥 그 때 우리가 했던 이야기를 잠깐 생각했어. 그런 것도 했었냐며 놀라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나는 이미 알고 있는데, 하고 혼자서 피식했나. 그냥 그래서 그 날 했던 대화가 생각났어. 딱 그 정도만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오늘 꿈에 나오더라. 그냥 되게 신기해. 꿈도 잘 안 꾸고, 꿨다 해도 잘 까먹는데, 그냥 오빠가 나왔던 꿈은 다 기억나. 그리고 더 신기한 건, 모든 게 뒤죽박죽 추상적인 꿈을 꾸는 내가, 오빠와 관련된 꿈은 늘 그 때의 내 심리 상태를 반영한다는 거야. 처음에 나왔던 건, 아마 내가 오빠랑 헤어진 다음에 처음 설레는 감정을 느꼈을 무렵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 나를 좋아해준다는 느낌이 마냥 행복했던, 그.. 더보기
한참 전의 연인, 그리고 보내지 못한 편지 1. 20160606 오빠. 꿈에서도 오빠랑 헤어진 꿈을 꾸고 일어나서, 정신 없는 와중에 일어나자마자 오빠 생각이 났어. 생각해 보면 우리가 만나면 얼마나 만났다고. 처음 만난 것부터 합쳐도 보면 얼마나 봤다고. 그리고 아직 내가 오빠를 미워하는 건 아니니까. 사실은 미워하는 것보다 아직은 좋아하는 감정에 가까우니까, 오빠 말대로 우리가 이렇게 헤어질 수 있어서 좋은 오빠 동생으로 지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사실 처음에 오빠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그 때도 그런 생각을 했었지. 오빠랑 내가 이어질 수 있는 확률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으니까, 내 연애 상담을 털어놓을 수 있는 정도의 그런 좋고 편한 오빠 동생 사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그리고 지금의 우리는, 그런 사.. 더보기
하루의 끝 하루의 끝에 듣는 하루의 끝. 요즘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봤다. 사실 잠들었다 일어나 보기 시작한 것이라, 과정은 보지 못하고 딱 마지막 순간만 보게 되었지만. 엄마의 죽음을 다룬 이야기라는 것을 파악하자마자,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보지 말고 그냥 잠을 더 잘까 하다가, 잠이 오지 않아서 잠깐 마지막을 보았다. 죽음이 뭔지도 모르는 아이, 혼자서 웃으며 천진난만하게 작별 인사를 건네는 아이를 보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그런 아이를 남기고 떠나야 하는 기분이 어떨지 도저히 짐작할 수가 없어서. 남는 사람보다는 떠나는 쪽이 낫지, 몇 시간 전에 그런 생각을 했지만 또 그런 것만은 아니구나 생각했다. 떠나는 쪽에게도 .. 더보기
2017년 하반기 일기 1. 170721 아주아주 울고 싶은 날. 아무 말도 하기 싫고 집에 있고 싶지도 않고 영화관 가서 영화나 주구장창 보고 싶다. 기왕이면 슬픈 영화 보면서 엉엉 울고 싶다. 사실 그런데 이런 날일수록 마음이 죽어 버려서, 그 어떤 눈물도 안 날지도 모른다. 요즘 들어 실감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내 인생 마냥 우울하라는 법이 없다는 것. 또한 내 인생 마냥 행복하라는 법도 없다는 것. 우울할라치니 예상하지 못한 행복이 찾아와서 행복했으며, 행복해 죽겠다 생각한 다음날은 정말로 간만에 감정의 바닥을 치는 일이 생겼다. 그런 와중에 요즘 많이 들었던 말이 고맙다는 말이었다. 정말 별 것 아닌 일들에 사람들이 고맙다는 말을 쓰는구나, 의무적인 고마움이 아니라 진심이 느껴지는 고마움이라. 그 고맙다는 말들이 .. 더보기
2017년 상반기 일기 자기 전, 지하철 타고 다닐 때 등 틈틈이 에버노트에 썼다. 끝마무리가 없는 의식의 흐름 기법의 일기들이지만, 그 순간의 기억이 남아 있어 아끼는 글들. 1. 20170415 - 신해경 나의 가역 반응 신해경 노래를 듣는다. 신해경 하도 좋다는 사람이 많길래 들었을 때는 별로라 생각했는데, 어제 도저히 듣고 싶은 노래가 없길래 들었다. 그런데 너무 좋더라. 빨리 밤이 와서 불 꺼 놓고 어두운 분위기에서 혼자 남아서 신해경 노래를 듣고 싶다. 사람과 있어야 에너지가 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혼자 있어야 에너지가 충전되는 사람이 있다는데. 후자인가 보다. 개인적으로 5:2의 비율은 지켜줘야 하는 것 같다. 그 비율이 어떤 쪽으로든 치우쳐 깨지면, 어느 면에서든 힘이 든다. 너무나 쉴 시간이 없다 느끼거나, .. 더보기
20171017 어떻게든 흘러가겠지 열심히 계산기 두드리며 문제를 신나게 풀다가 답이 맞지 않는 문제들이 연달아 나왔고, 급 짜증이 밀려와 이불 속으로 피신을 했다. 한참을 이불 속에서 영상을 보고 나와서 다시 책상 앞에 앉으려니, 도대체 나는 왜 이걸 하고 있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시험 기간마다 늘 생각했다. 누가 대학 가면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만 할 수 있다고 했나. 계산기 두드리며 문제 푸는 건 내가 꿈꿨던 미래에는 전혀 없었는데.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게 느껴질 때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렇게 한참을 정신없이 문제를 풀다 보면 이걸 왜 하고 있나 싶다. 그럴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어서, 그걸 위해서 그렇게 학창 시절을 보냈던 것 아니었나. 내가 가 본 길을 제외하고 다른 길로는 .. 더보기
줄리아하트와 9와숫자들 오늘도 해야 하는 일은 산더미.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드는 것 같다. 하지 않고 쉬고 있어서도 하나도 편안하지 않아. 하고 싶은 일들이었고 지금도 그 자체로는 즐거운 일들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데드라인을 정해 놓고 하려니까 몸도 마음도 무겁고 지친다. 과연 잘 끝낼 수 있을까, 생각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결국에는 어떻게든 해내겠지. 어제 내내 들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가사를 쓸 수 있지, 하고 감탄을 멈출 수 없었던 줄리아하트의 노래를 듣고 있다. 시모네타도 그렇고, 미래도 그렇고 GRANADA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줄리아하트만큼 나의 취향을 저격하는 가사는 없었던 듯. 가을방학의 가사도 물론 좋았지만, 가사만 놓고 본다면 훨씬 줄리아하트 쪽이 내 취향. 예상치 못한.. 더보기
인생 파업 왜 사는 이어폰이 족족 한 쪽밖에 나오지 않는 걸까. 내가 그렇게 물건을 험하게 쓰는 걸까. 아니면 비싸지 않은 이어폰을 사서 딱 그 정도 값어치를 하는 것일까. 사실 전자가 이유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탓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 고장내 먹었으면 이번에는 좀 잘 대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겠지. 조금 기분이 나빠지려고 했지만 뭐 그냥 들리긴 들리니까. 누군가의 우울을 모른 척해 주어야 할 순간에 굳이 아는 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해 왔지만, 그 이상으로 말하고 싶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그냥 아무 말하지 않고, 혼자 있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굳이 거기에 웃음을 붙이고 싶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