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8

따뜻한 사람

 오늘도 김사월의 사운드클라우드를 듣고 있다. 요즘은 자주 사클에 신곡이 올라와서 기쁘고, 최근에 했던 인터뷰에서 사클에 올라오는 곡들의 조회 수와 하트 수를 확인하는 게 작은 기쁨이 된다는 답을 봤다. 이렇게 조회 수를 올려 주는 것이 나의 기쁨뿐만 아니라, 사월님의 기쁨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게 기분이 좋았다. 2016년의 김사월쇼에서 받았던 미발표곡 가사집+사인을 찾고 싶어서 한참을 헤매었지만, 어디 있는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고. 가사집 대신 책들 사이에 꼭꼭 숨겨둔 나의 편지들만 발견하게 되었다. 쓰고 나서 왜 도대체 전달하지 않고 내가 갖고 있는 것인지 이제 와서는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물론 전달하지 않은 이유들이 기억나는 편지들도 있었지만. 어쨌든 도대체 무슨 편지지, 확인하기 위해 열어 보긴 했지만 스스로 쓴 편지를 읽는 것은 굉장히 오그라드는 일이라 다 첫 문장을 읽자마자 덮어 버렸다. 그리고 첫 문장만 읽어도 그때 생각이 바로 떠올라서, 굳이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기억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즐겁고 황홀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싶어서, 여기저기 뒤졌는데 정작 찾던 건 찾지도 못하고 꺼내고 싶지 않았던 기억들만 떠올렸다. 갖다 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어차피 없었던 일도 아닌데 그냥 원래대로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쑤셔 넣어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보다 좀 더 확실하게 접어서, 수학 문제집들 사이와 어렸을 때 읽었던 세계 고전 전집 사이에 구겨 넣어 두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 운영도 하고, 글도 쓰는구나 싶었다. 요즘 하고 있는 일이 맞는 걸까, 잘 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은 했지만 적어도 누군가에게는 행복한 하루를 선사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선을 다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도 있었고. 그냥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에, 오늘도 누군가의 죽음 소식을 접했다. 모르겠다. 잘 모르겠지만, 그냥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이 되어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일이 조금은 위로가 되는 일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누군가를 궁금해 해 주고, 귀를 기울여 이야기를 들어 주고. 그 이야기를 정리해서 나중에 남을 기록으로 남겨 두는 일.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여전히 귀를 맴돌 때가 있는데, 이런 글이 과연 의미가 있는 글이냐 했던 말. 그 말에 단순히 공감하고 넘어가는 글도, 공감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바로 대답해 줬던 다른 이의 말이 떠오른다. 스스로도 묻는다, 이런 이야기들은 이미 많고 누군가를 보여주기 위해 쓰여진 글, 너를 위로하겠다, 위로가 되었니? 이렇게 대놓고 묻는 글들은 싫어하지 않느냐고. 그런 글들과 내 글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생각해 본다. 잘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그냥 나의 진심을 담는 데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애써 괜찮아 보이려 노력하지도 않고, 그냥 별 거 없는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담으려고 한다.

 

잘 모르겠고, 김사월의 사클은 오늘도 좋다. 공연을 또 가야 하는 것인가 생각하는 중. 이번 라이브 앨범에 우울하고 바닥을 치는 곡들을 많이 수록해 두고, 2집은 새로운 출발로 넣고 싶다고 했는데, 2집은 어떤 곡들이 있을지도 궁금하고. 처음 '달아'를 들었을 때 사실 굉장히 우울한 곡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장 밝은 곡이라고 말씀하셨을 때 조금 놀랐었다. 그렇지만 마지막 가사를 들어 보면 모든 게 가능하다고 믿고 싶어, 라고 말했던가. 이제 나는 믿고 싶어, 의 단계를 넘어서 믿어, 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에 온 것 같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 믿어, 라는 말은 그리 확신이 가득한 믿음이 아니라 믿음이 깨지는 일이 발생하면 쉬이 깨지고 말 믿음이다. 그렇지만 그렇다 해도 믿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 나는 믿고 싶은 것들이 많으니까, 그 믿음을 뒷받침할 정도의 애정은 놓지 않고 살아갈 테니까. 오래오래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이. 그리고 내가 그 행복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고.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따뜻한 사람으로 남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