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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사랑하는 사람들을 오래오래 사랑해야지

행복했던 순간을 들추는 것이 슬플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너무 행복해서, 행복을 주체 못하는 나의 표정을 보는 게 왜인지 모르게 나를 슬프게 했다. 그 순간을 함께했던 사람들은 여전히 내 곁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린 언제든 만나서 그런 기쁨을 다시 느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슬펐다. 너무 오랫동안 감정의 바닥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일까. 느낄 때도 되었지 싶다. 한 번 잠깐 휩쓸고 지나가니 순식간에 조금 괜찮아졌다.

 

그냥 처음에 슬픈 건 그것 때문이 아니었는데, 문득 파생된 건 이제 정말 이 사람이 내 곁에 없으면 어쩌나, 싶었다. 곁에 있는데도 슬픈데, 곁에 없으면 그 순간은 어쩌지. 내가 좋아하고 내가 의지하는 사람들이 하나하나 떠나가는 것을 상상하니까, 그 순간에 나는 어찌해야 하나 싶다. 물론 안다. 떠나고 나면 그 자리를 채울 새로운 사람이 생긴다는 것을. 그 모든 사람을 다 안고 갈 만큼, 시간도 마음도 없다는 것을. 그리고 아예 끊긴 게 아니고 요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마음만 먹으면 연결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문득문득 슬퍼질 것 같다.

 

너무 작은 것들까지 사랑하고 너무 많은 마음을 내어 줬나 보다. 마음을 있는 대로 다 내 주는 것은 후회하지 않지만, 그냥 그렇게 온 진심을 다한 순간이 지나고 나면, 매 순간 그렇게 온 진심을 쏟으면 일상이 지속될 수 없기에 지나갈 수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지금은 그렇지 않음을 느끼고 슬퍼지는 순간도 있는 것 같다. 그냥 갑자기 누군가 떠나는 게 무서워졌다. 무서운 건 아닌데, 뭐라 해야 하지.

 

고2 때 헤어지는 것도 아닌데 삼시세끼 밥 같이 먹고 늘 같이 붙어 있는 일상을 못하게 될 걸 생각해서인지 눈물을 펑펑 쏟던 날이 생각난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던 날. 그렇게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도 아니고, 정말 아무 일도 아닌데. 그냥 지금도 비슷한 감정인가 보다. 이래서 진짜 좋아했던 사람과 아예 단절되면 어떻게 살지. 이래서 타지 생활할 수 있으려나, 싶었다. 잘할 줄 알았는데.

 

예전엔 더 많이 좋아하고 더 오래 품는 게 억울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게 낫지 않나 싶다. 더 반짝이게 기억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지나간 순간들을 떠올렸을 때 무감각한 건 슬픈 일이니까.

 

사랑하는 사람들을 오래오래 사랑해야지.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겠지만, 그래도 모두를 오래오래 사랑해야지. 그들에게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응원하고 축복해 줘야지. 그것까진 아니라도 흘러가는 건 흘러가는 대로 받아들여야지. 과거에 몸과 마음으로 배웠던 경험들은 시간이 오래 지나도 나를 위로해 준다. 여전히 유효한 것들도 많고. 내가 그렇게 마음을 쏟아 부은 건, 절대 일방적이지 않아. 나도 그렇게 온 마음을, 진심을 쏟아 부은 것을 티내지 않듯이, 혼자 있는 순간에 문득 떠올리는 것을 표현하지 않듯이, 그 쪽 역시 매 순간 표현하지 않는 것뿐. 물론 정도의 차는 있을 수 있겠지만, 아무 것도 아니고 완전히 일방적인 것이라고 극단적인 가정을 할 필요가 없어. 그러니까 상처 받을 이유도, 우울해야 할 이유도 없다. 생각보다 나는 더 상처 받는 것을 두려워하고, 더 조심스러운 사람이라서 뭔가 쌍방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금방 접어 버리고, 그렇게 온 마음을 내놓을 만큼 무모하지 않으니까. 온 마음 내놓고 진심으로 좋아할 정도면, 그냥 느낌을 믿어도 된다. 그것을 배웠던 시간,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배운 것들은 있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