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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20170101 새해의 밤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 새해의 밤.

생각이 많아서라기보다는, 낮에 지나치게 많이 자서가 아닌가 싶다. 모르겠다, 생각이 많은 것도 사실인 것 같고.

 

2016년은, 사람 때문에 행복했고 즐거웠고 고마웠고 의미 있었던 반면, 사람 때문에 우울하고 외롭고 쓸쓸하기도 한 해였다. 매 해,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꼈지만, 올해는 유난히 더.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이렇게 복합적인 감정이 든 건 또 처음인 듯하다. 서툴긴 했지만, 어딜 가나 막내 대접을 받으며 사랑받는 나이였던 스무 살, 그 스무 살을 떠나 보내기가 한없이 아쉽다.

 

그래서 여전히 복잡미묘한 감정이 들지만, 한 해를 돌아보며 이토록 많은 이들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면 헛된 한 해는 아니었다 싶다. 말해 주고 싶다, 내 자신에게도. 한 해 동안 많은 이들의 의지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많은 그 '혼자'의 순간들을 잘 견뎌내 왔다고. 나름의 탈출구를 찾으며, 필요한 순간에는 적절한 도움의 손길을 뻗어 받고. 굳이 요청하지 않아도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있을 만큼의 관계를 유지하고. 그리고 해야 할 일은 절대 놓지 않고, 성에 찰 만큼 최선을 다한 것도, 모두 다 꼭 껴안아 주고 싶은 모습들이었다.

 

사실 '만약에'를 가장 많이 꿈꿨던 해이기도 하지만, 그렇다 해서 그 '만약에'가 후회로 이어지지는 않았던 한 해. 후회는 없다. 진심을 다해 두드렸고, 진심이 통함을 확인했던 순간도 많았고, 그 짜릿함에 행복했던 순간도 많았으니까. 마음 내킬 때는 전송 버튼을 눌렀고, 그 답에 끊임없이 고민도 했으며, 그래서 무너지기도 했지. 그러나 적어도 누르지 않아서 후회는 없었다. 마음을 보일 만큼 보여서, 지친 건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후회는 없었던. 피상적인 관계는, 웃음은, 빈 말들은, 진정의 내가 아닌,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나를 지치게 했지만, 별 거는 아니지만 진솔한 이야기. 숨겨 두었던 나의 이야기를 하던 순간들을 더 반짝이는 순간이었던 것처럼 기억되게 했지만. 그 순간들을 그리워지게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지치는 순간.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순간들이 그리워서 무너져 버리는 순간, 혼자가 아니었기에 행복했던 한 해이기도 했다. 속절없이 무너지고, 내가 봐도 바보스러운 순간들에, 있는 그대로 정신없이 내뱉는 나를 있는 그대로 보듬어 줬던 사람들. 최선을 다해, 진심을 다해 보듬어 주려는 그 노력에, 그 마음에, 그냥 별개로 마음이 녹아 내렸었다. 한없이 고마웠고, 다행스러웠다. 그런 사람들이 선사해 주는 순간들이, 감정들이 쌓이다 보니 혼자서 무너져 내리는 순간들이 찾아 와도, 그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곁에 당장 있지 않아도, 당장 연락하지 않아도. 떠올리는 것만으로, 떠올릴 수 있는 존재가 있는 것 자체만으로 위안이 되는 순간들이 너무나 많았던 한 해.

 

하루종일 거의, 나의 모든 시간을 부대끼며 보내서, 바로 눈 앞에, 몇 걸음 옆에 늘 함께해서 도무지 '혼자' 견뎌야 할 시간이, 틈이 없었던 지난 3년과 가장 많이 달라진 게 바로 그 부분이었던 것 같다. 새로운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이미 주어진,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과 더 좋은 기억을 쌓고 싶은 마음도 그에 못지 않게 크다. 마냥 좋은 사람이지만은 못했던 한 해였던 것 같기도 하고. 사실, 가끔 나를 돌아볼 때마다 지나치게 솔직해진 건가, 너무 좋은 모습 나쁜 모습 가리지 않고 다 내보였나, 그래서 마음이 덜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자주 했는데, 그러나 변함없이, 한결같이 내가 아끼는 사람들은 그 자리에 있어 주었다. 나라는 사람에 과분하다 싶을 정도로 왜 그러나 싶을 정도로, 부족한 나의 모습도 많이 만났던 한 해였는데, 그래서 미안한 사람도 많은 것 같은데.

 

그래도 나는 타인에게 깊은 상처를 줄 만큼, 모질고 나쁜 사람은 결코 아니었던 듯해서 미안해할 필요는 또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고 나면 나는 또 그렇게 의미 없는, 가벼운 사람이었나 싶기도 하고. 사실, 누굴 만나든, 온전히 가볍지 못해서 쉽지만은 않았던 한 해. 가볍다, 말하면서도 가볍지 못했으니까. 오래 품었으니까. 말처럼 쉽게 보내지 못하는 사람이었으니까. 타인에게는 내가 지나가는 인연이었어도, 나는 오래도록 품나 보다.

 

순간의 온도는 다를 수 있겠지만, 대신에 그 길이는 훨씬 긴가 보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덮이고, 희미해지더라. 품는 시간이 다른 것으로, 괴로워할 이유는, 그러니까 전혀 없는 것이다. 2017년에는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더 예쁜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기를, 더 예쁜 마음을 품은 사람이기를, 마음이 차고 넘치는 사람이기를, 나 혼자 품기에도 벅찬 사람이 아니라 내 사람들을 언제든지 품을 수 있는 사람이기를. 식지 않는 사람이기를. 온기가 느껴지는 사람이기를. 오래오래 보고 싶은 사람이기를. 순간순간, 문득문득 생각나는 사람이기를. 무방비 상태일수록 보고 싶어지는 사람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