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깨달았다. 내가 만나고 싶었던 사람은 나와 비슷한 사람이 아니라, 차이를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다름을 인정하고 자유롭게 다름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굳이 같지 않아도, 비슷하지 않아도 내 자신을 편안하게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면 되었다. 진작에 알았으면서, 왜 몰랐을까. 그 사람이 더 좋아졌던 순간은, 우리가 비슷함을 인식했던 순간이 아니었다. 사실 되돌아 보면, 우리의 마음을 확인한 이후로 우리가 비슷한 사람이라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을 더 좋아하게 되었던 이유는 그 사람은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니까. 우리는 너무나 달라, 이렇게 달라, 그렇지만 나와 다른 너의 면들은 배울 점들인 같아. 이제 그 사람은 완연히 지나갔다 말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사람이 건넸던 어떤 말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아마 내가 좋아했던 순간의 그 말들은 앞으로도 남아 있겠지. 그 사람이 아니라, 순간으로, 말들로 남아 있겠지. 그래서 나는 무슨 말을 했던가, 생각했다. 내가 건넸던 말들은 딱히 떠오르지가 않아서, 그래서 다시금 표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요즘 다시 느끼는 것은, 나는 내 자신만의 색채가 강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 그렇지만 그게 좋았다. 표현을 못하는 사람이라 생각해 왔지만, 사실상 내 곁에 표현을 잘하는 사람을 대할 때는 어느 순간 표현을 잘하는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다정한 사람들 곁에서는 다정한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 바뀌었고, 여전히 편한 사람들과는 아무말대잔치를 하는 게 좋고. 본래의 나와는 조금씩 다르다 생각하는 모습으로 바뀌지만, 그 모든 게 자연스러웠다. 자연스러웠고, 불편하지 않아다. 그 모든 모습이 나 그 자체였고, 그냥 그렇게 여러 가지의 내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색이 강한 사람은 어딜 가든 자신만의 색을 유지하고, 그 색으로 누구에게나 공통되게 기억되지만, 색이 강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렇게 선명하게 기억되지는 않겠지. 그렇지 않다 해도 좋았다. 그냥 그 순간에 잘 어울리는 빛이면 되었으니까. 그리고 오래 본 사람들은 나의 빛을 기억해 주니까. 강하지 않아서 나조차도 인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빛을 사람들이 알아봐 줄 때, 그 기쁨이 더 큰 것 같았다. 다시금 좋하는 사람들과의 짧은 소통을 통해 나의 이런저런 모습들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예전보다 스윗한 말을 잘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뻤나 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 이제 지금의 나에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아. 그렇지만 좋아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그 사람이 나에게 먼저 다가오는 바익을 다라서 나도 다가가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게 된 건 그 방식이 마음에 들어서일까. 그러니까 그렇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운 걸까. 변해가지만 온전히 따라하는 게 아니라, 내 식대로 변화한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