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나 멜로 영화를 볼 때에는, 그 특유의 분위기나 영상미를 중요시하기도 하지만, 순수하게 사랑에 빠진, 서로를 오롯이 바라보는 눈빛과 서로가 있다는 사실 자체에 행복해 죽을 것 같다는 웃음을 보는 게 즐거워서 즐겨 보는 편인데, 사실 이프온리의 두 배우에게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던 듯하다. 물론 그런 장면은 많았던 듯하나, 개인적으로 두 배우가 내 스타일은 아니어서 그랬던 게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보면서 사만다의 마음에 공감을 참 많이 했다. 사만다에게 이안은, 이안이 없었다면 분명 선택했을 것들을 주저없이 포기할 수 있게끔 하는 사람이다. 물론 사만다에게도 사랑이 자신의 모든 일을 포기하고 매달려야 하는 일은 아니지만, 사만다는 사랑에 대해 그 정도의 무게감은 갖고 있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으므로, 사만다는 사랑에 있어 그 정도의 우선 순위를 두는 것이다. 사실 우선 순위라는 표현을 쓰긴 썼지만, 그다지 적절한 표현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그저 사만다는 마음 가는 대로 했을 뿐, '나에게 이게 더 중요하니까 이걸 포기하고 이걸 하자' 식의 이성적인 선택을 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반면, 이안은 우선 순위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감정은 감정이고, 해야 할 것은 해야 할 것으로 명확히 분리되는 사람. 다른 감정도 아닌, '사랑'이라는 감정에 있어서 어떻게 감성과 이성이 저렇게 명확히 분리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두 가지를 명확히 분리해야겠다 생각을 하다가도, 엉망진창 뒤엉키기 일쑤던데. 어쩜 이안은 저렇게 명확할까 싶었다. 그게 나쁜 게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이안의 곁에 있으면서 만년 2순위라고 느껴지는 게, 많은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단 하루만이라도, 한 순간만이라도 오로지 사랑만을 바라본 적이 없음을 느끼는 게 얼마나 비참한지. 그 비참함에 익숙해져 가고, 그 비참함에 대해 상대의 탓을 할 수도 없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 하는 게 얼마나 괴로운지. 모든 면에서 사만다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사만다가 지쳐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사랑한다는 말만 하는 이안과, 결국엔 눈물을 보이는 사만다를 지켜 보면서 진심으로 안쓰러웠다.
사랑이라고 하는 게, 어느 한 쪽이 상대에게 전적으로 맞추는 것도 아니고, 좋아한다는 그 애정의 감정만 믿고 무턱대고 나가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랑 역시 인간과 인간의 관계이기에,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당연해야 하는 것이다. 이건 당연해, 어쩔 수 없어, 라는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씁쓸한, 그런 씁쓸함을 느끼고 있는 자기 자신을 보는 것 자체가 괴로운 상대의 감정을 공감하려는 노력이 함께 가야 하는 게 아닐까. 다르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지만, 다르기 때문에 상처받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을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유로 용인해 달라 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지나치게 악용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그런 사만다를 제대로 붙잡지도 못했는데 교통사고가 발생해서 사만다는 세상을 떠나게 된다. 후회로 가득한 이안이 잠들었다 일어나 보니, 자신의 곁에 누워 있는 사만다. 사고가 발생했던 그 날 아침으로 돌아가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바꿔 보려 일부러 다르게 행동하는 이안. 그러나 결국엔 똑같은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마지막 날임을 부정할 수 없게 된 이안은 다른 모든 것을 다 제쳐 놓고, 오롯이 사랑만을 바라보는 그런 하루를 사만다와 함께 한다. 평소와 다른 이안의 모습에 마냥 행복해 하는 사만다를 보는 것은 마음 찡한 일이었지만, 마지막 하루를 최고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행복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안의 모습을 보는 것은 마음 따뜻해지는 일이었다. 설령 끝이 정해져 있다 해도.
" 첫 눈에 사랑하게 됐지만 이제야 내 감정에 솔직할 수 있게 됐어. 늘 앞서 계산하며 몸을 사렸었지. 오늘 너에게서 배운 것 덕분에 내 선택과 내 삶이 완전히 달라졌어. 진정 사랑했다면 인생을 산 거잖아. 5분을 더 살든 50년을 더 살든... 오늘 네가 아니었다면 난 영영 사랑을 몰랐을 거야. 사랑하는 법을 알려 줘서 고마워. 또 사랑받는 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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