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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9 내 마음 다 버리고 싶어

호에호 2019. 7. 18. 23:06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와서, 왜 슬픈 것은 나이냐고 묻고 싶었다. 아무렇지 않게 보낸 카톡에 아무렇지 않게 답이 오는 게 슬펐다. 아무렇지 않아서, 정말 아무렇지 않아서 그런 답을 보내는 걸까. 상대의 마음은 알 수 없었지만, 차마 물을 자신이 없었다.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닌데, 아무렇지 않은 척 보내는 마음이라면 슬플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아까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불나불 말하고 왔으면서, 혼자 돌아와서는 슬픈 노래를 틀어 놓고 슬퍼하는 꼴이라니. 그게 무슨 청승이냐고, 청승을 떨 입장도 아니면서 왜 청승을 떨고 있냐고 생각했지만 청승을 떨고 싶은 날에는 떨어야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다음날에는, 정말 출근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다 너무 작고, 아무렇지 않은 일이라 청승을 떠는 것이 우습다고 생각되는 세상에 가야 해. 매일매일 세계에서는 온갖 일들이 벌어지고 온갖 비극과 기적이 일어난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비극들과 기적들이 일어나는 세상에서 이 작은 일들은 정말 너무도 아무렇지 않은 일이고, 내 세계에 도취해서 사는 것은 너무나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 따위 접어두고, 내 생각에만 도취해서 지내고 싶은 날도 있는 걸. 하루종일 내 이야기만 하고 내 이야기만 들어줬으면 하는 날이 있을 수도 있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