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다 웃기
가끔은 너무 지쳐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 있는데, 늘 언젠간 내가 좋아하는 것들 것 잃어버릴까 전전긍긍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는데, 늘 나에겐 뭔가를 더 하라는 강박뿐이지. 잘해 왔다는 칭찬 대신 잘할 거라는 기대뿐이지. 난 내가 뭘 잘하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그걸 찾고 스스로에게 확신을 주는 것만으로도 지치는데 뭐든지 잘할 거라는 기대는 위로가 아니라 부담에 가까울 뿐이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나를 사랑해 줘. 어떠한 수식어도 달고 있지 않은 나를 사랑해 줘. 혼자 어린애가 되어 울고 있는 나도 사랑해 줘.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싶지 않아 하고 그냥 눈 앞의 자기 감정만 보이는 나도 사랑해 줘. 이런 날에는 위로가 필요했다. 너 그대로가 좋다는 말 한 마디가 필요했고, 그냥 아무런 말 없이 안아주는 게 필요했다. 구구절절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순간만 지나면 아무렇지 않아질 것을 아니까, 오늘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이 순간을 보내겠지만. 이 순간이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괜찮아지겠지만 가끔 그런 순간엔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잘잘못을 가리지 말고 그냥 괜찮아, 라고 말해 줄 사람. 이 순간에 그렇게 말해줄 누군가가 있다면 지나갈 순간이라 해도 우울하지 않을 텐데. 이렇게 무력하게 혼자 작아진 기분을 느끼지 않을 텐데. 혼자 방 안에 있어도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을 텐데.
지나갈 순간이라 해도 혼자 우울을 삼켰던 순간들은 쌓인다는 생각을 한다. 내일 내가 쌓아온 것들에서도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고 절망을 느끼게 되면 어떡하지. 세상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예전엔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게 싫었는데, 약한 모습을 보여서 동정 받고 싶어.
한참을 우울한 글을 지웠다 쓰기를 반복했다. 쓰면 쓸수록 내 자신이 철부지처럼 느껴져서 쓰지 말아야겠다 생각하면서도, 우울한 기분을 토해내고 싶었다. 쓰다가 그냥 찾은 곳은 언제나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순식간에 온 반응들은 순식간에 나를 웃게 만들었다. 생각 없이 연락을 주고받다가, 순식간에 행복해졌다. 울다가도 순식간에 웃게 할 사람들이 있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