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이유들
안예은을 듣고 있다. 오랜만에 마음을 사로잡는 음악을 만난 것 같다. 언제부터 나는 행복하지 않은 순간들을 노래한 음악들을 좋아하게 된 걸까. 세상이 무너지고 억장이 무너지는 순간들은 아니지만, 개개인의 인생을 들여다 보았을 때 꽤나 깊은 굴곡으로 기록될 그런 순간들을 노래하는 노래들을 좋아한다. 그런 순간들을 담담하게 노래하는 노래들이 좋다. 분명 슬픈 순간을 노래하고 있지만, 담담한 그런 노래들. 나의 슬픔을 바라보는 게 아닌 것 같은 느낌인데, 누구보다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그런 노래들. 개인적으로 그런 노래들을 좋아하게 된 것은, 내가 사람을 좋아할 때 그 사람보다 훨씬 더 좋아하게 되어 버리고, 그렇게 마음의 온도가 다르고 어긋나는 경험을 해 본 이후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는데. 그리고 그런 경험들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쌓이고 나서 내가 나를 바라봤을 때 다르다는 것을 느낀 순간 이후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는데. 검정치마의 젊은 우리 사랑을 좋아한 게 제법 오래된 것을 보면, 그런 건 또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냥 나는 어느 순간부터 사랑 받지 못할 순간을 두려워했던 걸까. 그게 두렵고 그것에 상처받을 내 자신이 두려워서, 그건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일이고 그게 한두 번 찾아오는 그런 일도 아니니 그렇게 동요하지 말자, 그렇게 생각했던 걸까. 인연이 지나가는 것에 대해 아무렇지 않은 것까지는 아니지만, 담담해지고 싶었고 어느 정도는 담담한 편이다. 되도록이면 그렇게 지나가지 않게, 내가 영향을 받을 만큼 나에게 의미 있는 인연들은 오래오래 지켜야겠다 생각하는 편이기도 하고. 한번에 와르르 무너지지 않지만, 지나간 인연은 조금씩 조금씩 오래오래 마음 속에 남아 있다. 아마 오래도록 떠나 보내지 않을 테지. 그게 그냥 나라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나서는, 그냥 그런 내 모습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제야 내가 좋아하던 노래들을 왜 좋아하는지, 좋아하는 영화를 왜 좋아하는지 그 이유를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틈만 나면 써 먹고 공감해서 이제는 그만 해야지, 생각하는 김사월의 인터뷰. 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이렇게 구구절절 공감하는 이야기가 긴 것은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어서. 좋아하는 게 이것저것 많으니 이것저것 많이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을 사로잡은 인터뷰가 있는 것을 어쩌나.
3. 너무 많은 연애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해 호감이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있는데, 계속 그렇게 구는 게 상대방의 목을 조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곡은 두세 달 정도밖에 안 된 곡이라 긴장을 놓지 않고 잘 불러야 한다 .노골적인 가사가 많아서 부끄러움이 있었지만, 일단 불러보니 힘차게 망하자 싶어 기운이 났다.
4. 어떤 호텔나의 많은 노래들이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고, 거기에 응답을 받을 수 없어서 생기는 고통을 담고 있다. 누군가 곁에 있어도 사실 도움이 되지 않고, 누구도 지금 올 수도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대로 잠이 드는 상황들. 그래도 모호하게나마 사람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있고, 그게 가능한 순간들도 있다. 기본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순간을 원한다. 그러다 보니 또 망하고... 그런 여정입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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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사람에 대한 나의 애정이 상대방의 목을 조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부분에서는 공감할 수 없었지만, 그냥 그 말이 좋았다.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사람을 좋아한다고 잘 말하지 못하면서도, 결국에 마음으로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 그냥 기본적으로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사람이 기본적으로는 선하다고 믿는 사람도 좋아하고, 그냥 뭐 기본적으로 이런 사람들을 좋아한다뿐이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생각했는데 사람들을 좋아하려 애쓰는 사람들도 좋아하고. 그냥 사람이 좋지 않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만 열심히 좋아하는 사람들도 좋아하고. 모르겠다, 좋아하는 게 없어져서 무기력해진 사람도 응원하고 싶고.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고 뭐 그런 거지, 나는 이런 것들을 좋아하니까 이런 것들만 좋아해야 하고 저런 것들은 좋아하지 말아야지, 이런 것 따위는 없는 것 같다. 요즘에 잘 안 했던 말이긴 한데, 작년부터 내가 가장 좋아했던 말, 그리고 생각해 보면 여전히 변함이 없는 것 같은 말. 물 흘러 가는 것처럼, 마음 흘러 가는 대로 살겠다는 말. 좋으면 좋은 것이고 아니면 아닌 거지, 나는 이런 사람이니까 이런 것을 좋아해야 해, 이것에 끌리는데 이걸 좋아해도 되는 걸까, 뭐 이런 의심 같은 것들이나 강박 같은 것은 가질 생각이 없다. 하여튼 다른 이야기로 빠졌는데, 사람이 좋다. 사람에 대해 매 순간 애정이 넘치는 사람도 아니고, 그래서 언제나 주변 사람들에게 좋아하고 있다는 에너지를 느껴지게끔 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래서 호기롭게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생각해 보면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사람에 대한 애정은 놓지 않고, 사람에 대해 알아가면서 살아가고 싶다. 이 사람은 이래서 좋고, 저 사람은 저래서 좋아, 내가 이런 사람도 좋아할 수 있구나 이렇게 사람을 좋아하면서 새로운 나의 모습도 차곡차곡 쌓으면서.
어떤 호텔의 이야기는 보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 굳이 어떤 말을 붙이고 싶지 않은 이야기. 그랬던 밤에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좋아하는 노래 (예를 들면 김사월의 4)를 들으면서 일기를 썼다. 떠올릴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자고 다독이면서, 굳이 다독이고 싶은 마음도 없으면 그냥 이런 감정을 느끼는 날도 있는 거지, 담담하게 일기를 썼던 것 같기도 하고.
이불 밖은 위험해를 보면서 했던 생각들도 정리하고 싶었고, 좋아하는 단체의 모집 공고 글이 뜬 것을 보면서 수많은 모집 공고글을 보면서 고민했던 것과는 결이 다른 떨림을 느꼈던 것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었는데. 차차 써야지.